겸손의 3단계

 

우리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은 겸손이다. 십자가에 죽기까지 당신을 낮추신 그 겸손이다. 그리고 이 비하(卑下)에서 우리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의 위대함을 볼 수 있다.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사랑도 겸손이다. 왜냐하면 겸손은 우리로 하여금 자신을 완전히 떠나 그리스도의 손에 내맡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완전히 자신을 잊는 몰아(沒我)는 우리를 이기적이요 교만한 자아에서 해방시키고 남에 대한 사랑에 자신을 완전히 내놓는다.

 

겸손은 3단계로 나뉘어진다.

 

제1단계 : 겸손은 하나님 앞에 자신의 죄와 하찮은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하나님 없이 나는 아무것도 아님을 깊이 깨닫는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 앞에 나는 무엇으로 응답했느냐?

 

제2단계 : 겸손은 그리스도를 본받아 겸손되이 하나님께 자신을 낮추고 그 뜻을 따르기로 완전 투항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뜻에 대한 순종, 하나님 뜻을 채우는 것이 ‘음식’(요 4;34)이다. 음식은 나의 삶 전체를 말한다. 음식 없이 살 수 없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뜻에 따르지 않고 참생명을 살 수 없다. 사랑으로 겸손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제3단계 : 겸손은 십자가상의 그리스도, 즉 버림받고 모욕당하고 가난한 자 같이 완전히 헐벗은 그리스도를 닮고 그리스도와 같이 박해와 모욕받기를 원하는 것이다. 사랑으로 십자가상의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모든 겸손이 사랑에서 온다).

 

저녁기도에서 주님의 뜻이 내게 이루어지기를 기도하고, 그 뜻 앞에 자신을 완전 투항하도록 마음의 문을 열기로 했다. 그리스도의 충만은 나를 비울 때 가능하다. 잠시 쉬고 다시 기도할 때 다음 기도문을 읽었다.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제가 그리스도를 알고, 보고 따를 때가 왔습니다. 
그리스도 안에 당신께 회두할 때가 왔습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매일의 십자가를 질 때가 왔습니다. 
저도 아버지의 뜻을 따라서 그 뜻에 완전히 순종하며 
그 뜻에 완전히 투항할 때가 왔습니다.


예수님이 아버지의 뜻인 인류 구원을 위해 
십자가를 지고 십자가에 죽으신 때가 지금 저에게 와 있습니다. 
저도 예수님의 수난에 참여하여, 아버지의 영광이 아들을 통해서 드러났듯이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게 하소서.


           ─ 김수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