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두

다음은 내가 좋아 하는 소설가 성석제의 掌篇소설 <沒頭> 전문이다.
개의 몸에 기생하는 진드기가 있다.
미친듯이 제 몸을 긁어대는 개를 잡아서 털을 헤쳐보라.
진드기는 머리를 연한 살에 박고 피를 빨아 먹고 산다.
머리와 가슴이 붙어 있는 데 어디까지가 배인지 꼬리인지 분명치 않다.
수컷의 몸 길이는 2.5mm, 암컷은 7.5mm쯤으로
핀셋으로 살살 집어내지 않ㄹ으면 몸이 끊어져 버린다.
한 번 박은 진드기 머리는 돌아 나올 줄 모른다....

죽어서 안으로 파고 들다가 죽는다.
나는 그 광경을 沒頭라고 부르라고 한다.

+

어디 진드기만 몰두합니까?
생명없는 일에 몰두하는 수 많은 군상들을 봅니다.
사단이 유혹하는 가장 강력한 매력적인 말이
"너 만이 할 수 있어!"라고 합니다.
그 말에 속아 이제까지 잘 다스려왔던 마음을 풀어헤치는
수 많은 도박꾼들을 보았습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토스토에프스키는 그의 소설 <도박>에서
"사람이 도박하는 목적은 돈을 따기 위한 것이 아니다.
만약 돈을 따는 것이 목적이라면
기대하는 만큼의 돈을 주면 하지말아야 할텐데
그것을 마다하고 밤이 새도록 모든 돈을 잃어도
끝까지 도박하는 것은
자기 속에 있는 깊은 목마름을 잊기 위해서이다"고 했습니다.
오늘도 강단에 올라가 용서와 겸손을 외치고
성령의 역사와 하나님의 주인 되심을 부르짖고 내려 오지만
여전히 세속에 몸을 깃대고 귀를 쫑긋거리는 것은
머리가 향하는 방향이 잘못되었기 때문입
니다.
(인터넷 예화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