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한 자] - (김희석 총신대교수)

1. 성경에 나오는 "온유한 자"는 
   성품이 좋은 사람을 가리키는 단순한 표현이 아닙니다. 

2. 구약적 맥락에서 온유한 자는 
   "가난한 자, 빼앗긴 자, 없는 자, 억눌린 자"를 뜻합니다. 
   원어로는 "아나빔"입니다. 
   구약에서는 '온유한 자' 뿐 아니라 '가난한 자(시 10:1; 사 61:1)', 
   '빈곤한 자(잠 14:21)', '겸손한 자(시 149:4)' 등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3. 언약 국가였던 이스라엘의 상황을 생각해 볼 때, 
   이 아나빔은 하나님께서 자신의 가족에게 허락해주신 기업 (즉 토지)을를 
   억울하게 빼앗기고 가난과 고통 속에 괴로워하던 사람들을 
   가리키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4. 이것이 '온유한 자'라는 표현이 '땅을 얻는다'는 말과 자주 연결되는 이유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기업인 땅을 빼앗긴 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공의가 올바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삶으로 경험한 자들이 바로 아나빔입니다. 

5. 그런데, 이 "아나빔"을 하나님은 구원하시고 고난에서 건져주신다고 
   구약성경의 많은 곳에서 예시하고 있습니다. 

6. 이 "아니빔"의 특징은 "겸손함"입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구원하심을 기다리면서, 포기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신앙으로 인내했던 자들을 의미합니다. 

7. 예를 들어, 시편 37편 11절을 보면, 
   지금은 악인이 흥왕할지라도, 결국 정의의 하나님이 심판하시게 되면, 
   '아나빔'이 땅을 기업으로 얻게 된다고 말합니다. 
   즉,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의 궁극적 구원이 임하게 될 것을 
   신앙으로 바라보며 신앙을 지켜내는 사람들은, 
   결국 빼앗긴 그들의 유업을 되찾게 될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8. 그러므로 '온유한 자'란, 
   구약적 맥락에서 보았을 때, "성품" 이야기가 아닙니다. 

9. 오히려, 고난 중에서도 낙심하지 않고 
   하나님의 공의가 회복될 것을 믿음으로 바라보며, 
   그 믿음 안에서 꿋꿋이 인내해 나간 "신앙"을 가리키는 표현인 것입니다. 

10. 성경을 읽을 때,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적 의미"나 
    "국어사전적 의미"를 본문에 투영시켜서 읽으면, 
    잘못 해석할 가능성이 매우 커집니다. 
    그것은 "본문 외적인 의미"이지 "본문 자체의 의미"는 아닌 것입니다. 

11. 그러니, 우리가 어떤 단어를 해석할 때는, 
    먼저 성경 다른 곳에서 그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살펴보아 
    전체의 큰 맥락을 이해한 후, 내가 지금 읽고 있는 
    그 본문의 문맥과 맥락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치열하게 살펴서, 
    본문의 메시지에 적절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