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듣거나 까마귀를 보게 되면 기분이 오싹해 진다.
실제로 드라마나 영화, 문학에서는 까마귀를 이용해서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복선을 깔기도 한다.
까마귀에 대한 인식은 흉조로 한국과 중국이 비슷하지만
일본에서는 고대로부터 길조를 상징하는 새가 까마귀였다.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다리가 세 개인 까마귀 ‘야타가라스’는
일본 축구협회의 심볼 마크로 사용하고 있다.
유럽은 우리처럼 까마귀를 흉조로 보지만
북유럽 신화에서는
그들의 최고신 오딘(odin)의 상징으로 지혜를 의미하기도 한다.
성경에서는 노아의 홍수 사건 때,
노아가 홍수가 그친 뒤에 까마귀를 방주에서 내보내
물이 얼마나 빠졌는가를 알아보려고 했지만
까마귀는 돌아오지 않아 부정적인 새로 나온다.
레위기에서는 먹어서는 안 될 가증한 것이라고 해
먹을 수 없는 새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왕상 17장에서는
그릿 시냇가에 숨어있는 엘리야에게 떡과 고기를 물어다 주는
긍정적인 새로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나라와 지역과 사건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실제 일상생활에서 까마귀는 까치보다 도움이 되는 익조이며
효조(孝鳥)로서의 습성을 가지고 있다.
까마귀는 한자로 자오(慈烏) 효조(孝鳥) 반포조(反哺鳥)라고 부르며
‘은혜 갚는 새’로 불린다.
까마귀는 새끼를 위한 먹이사냥의 고통으로 눈이 멀 정도라고 한다.
우리말에 ‘까막눈’이라는 말도 눈이 먼 까마귀 어미에서 나온 말이다.
까마귀는 새 종류의 하나이나 몸이 검고 눈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어
새 조(鳥)자의 눈 부분의 한 획을 생략해 까마귀 오(烏)자가 되었다.
까마귀는 부화 후 60일은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나
이후 새끼가 먹이 사냥이 힘에 부친 어미를 먹여 살린다고 한다.
진정표(陳情表)를 쓴 이밀(李密, 224-287)은
진(晉)나라 무양출신으로 태어나서 6개월 만에 아버지를 잃고,
네 살 때 어머니가 개가하여 조모 유씨의 손에서 자랐다.
이후 진(晉) 무제 때 '태자세마(太子洗馬)'라는 관직에 임명되었으나,
조모의 봉양을 이유로 황제에게 진정표를 올리고 관직을 사양했다.
이에 무제가 크게 노하자 이밀은 자신을 까마귀에 비유하면서
“까마귀가 어미 새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마음으로
조모가 돌아가시는 날까지만 봉양하게 해 달라”는 진정표를 올렸고,
무제는 그의 효성에 감복하여 그에게 노비를 하사하고
관할 군현에서는 이밀의 조모에게 의식(衣食)을 제공하도록 하였다.
중국문학에서 서정문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제갈량의 출사표(出師表), 한유의 제십이랑문(祭十二郞文),
이밀의 진정표를 중국 3대 명문으로 꼽는다.
예로부터 제갈공명의 출사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충신이 아니며,
이밀의 진정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효자가 아니며,
한유의 제십이랑문을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우애를 모르는 자라고 했다.
어머니를 위해 험난한 길을 선택하는 것,
아름다운 일이지만 아무나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