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옛날, 넓은 바다에 황금물고기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물고기는 크고 아름다웠습니다. 

그가 살고 있는 바다는 모든 것이 풍요로웠고 살기에 적합하였습니다. 

바닷물 위에 맑은 햇살이 비췰 때면 물결은 영롱하게 빛났고, 

황금물고기는 우아한 자태로 그곳을 헤엄치며 그의 삶을 만끽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물고기야, 물이 무엇인지 너는 아니? 물이 무엇이냐고요? 

저는 그런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요. 하고는 유유히 헤엄쳐 갔습니다. 


하루는 물 속을 헤엄치며 다니고 있는데,

아주 맛있게 생긴 먹이를 보게되었습니다. 그것은 지렁이였습니다. 

그것을 먹으려고 덥석 무는 순간, 

날카로운 것이 입 속 깊이 박혀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심한 고통이 그를 엄습해왔습니다.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쳐봤으나 허사였습니다. 

잠시 후, 어떤 힘에 끌려 물 밖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가 물 밖으로 나왔을 때에 제일 처음 느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예, 목이 마르다는 것을 느꼈겠지요.


그리고는 "아, 내가 그 동안 살아왔던 곳이 물이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갈증과 두려움으로 인해 물고기는 괴로워했습니다.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잡혀가는 길에 낚시꾼은 물고기에게 죽지 않을 만큼의 물만 줍니다. 

그가 물고기를 사랑해서 물을 주었을까요?  아닙니다. 

물고기가 살아있어야 값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에 물을 준 것입니다. 

여러분은 시장에서 커다란 용기 안에 사로잡힌 물고기들을 넣고 

장사하는 사람들을 본 일이 있을 겁니다. 

황금물고기는 그 장사꾼에게 팔려 그 용기 안에 들어갔습니다. 


거기에는 다른 물고기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바다를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며 살고있었습니다. 

물고기들은 그 좁은 곳에서도 서로 사랑을 하여 결혼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을 닮은 아기 물고기도 낳았습니다. 

부모들은 일평생동안 그들의 아기에게 

그들이 살았던 바다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황금물고기는 바다의 추억을 간직한 채 죽었습니다. 

바다에 살아본 물고기는 이제 한 마리도 없습니다. 

여러 세대가 지나오는 동안 좁은 곳에 살아온 물고기들은 

퇴화되어 몸도 작아지고 지력도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황금물고기가 해준 바다이야기도 와전되어 비슷하지만 

각기 다르게 전승되었습니다. 


여러분, 비록 황금물고기의 후손들이 퇴화되고, 

또 바다에 대한 지식이 없어졌겠지만 

그들의 몸과 마음은 여전히 어디에 적합하게 만들어져 있을까요? 

예, 바다에 적합하게 창조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물고기들에게는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그러한 마음이 있을 겁니다. 

저 산너머에, 혹은 구름 저편에 

무엇인가 신비한 세상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해보셨습니까? 

영혼이 영원의 벼랑 끝에 서 있다고 느껴질 때, 

혹은 피곤한 삶에 지쳐서 버거울 때, 

끝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안락의 세계를 여행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그것은 바로 우리의 유전인자에 태고로부터 

면면히 사무쳐 내려온 바다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하지만 바다를 알지 못하는 물고기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바라는 것을 찾기 위해서 저마다 열심히 노력하면서 삽니다. 


그러던 중에 물고기는 마음에 쏙 드는 수족관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아, 내 마음이 그토록 원하던 것이 저것이었구나!" 

하고 물고기는 외쳤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소유하기 위해서 먹을 것, 

입을 것 절약해가며 열심히 일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여러분들도 그 수족관을 사시려고 하신 것 같은데요? 

제 말이 맞습니까? 


천신만고 끝에 물고기는 그 수족관을 소유할 수 있었습니다. 

좁은 용기에서 살다가 큰 수족관에 들어간 물고기의 기쁨은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온 가족이 한 칸의 방에 살았던 생각이 납니다. 

그 시절에 저의 소원은 내 방을 가져보는 것이었어요 

어느 날인가 그 꿈이 이루어졌을 때 제 마음이 얼마나 기뻤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어떤 것을 성취해도 내 마음은 근본적으로 만족해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영어학원 등록을 어렵게 하셨죠? 

등록이 확정되고 처음 영어를 시작했을 때에는 

아마도 여러분들 마음이 많이 설렜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시험에 대한 생각, 리피트 당하지 않으려는 생각, 

학원은 오래 다니는 데 영어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생각 등, 

이런 걱정 저런 걱정 때문에 편치 않은 얼굴로 

이 자리에 앉아 계신 분들도 보이는군요. 


이 땅에서는 우리가 어떤 것을 성취한다 해도 

심령의 만족감을 얻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은 바다를 대신할 수 없거든요. 

이 물고기는 "이것도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가 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물고기는 다른 것을 찾으려고 둘러보았습니다. 

드디어 물고기는 굉장히 넓고 아름다운 수족관을 발견하였습니다. 

그것은 63빌딩에 있는 수족관이었습니다. 


그곳에 가기 위해 이 물고기는 또 열심히 노력하였습니다. 

사람도 사귀고, 학점도 높게 받고, 언어공부도 열심히 하였습니다. 

마침내, 그 물고기는 63빌딩 수족관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그는 꿈결같은 세월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아, 그런데 이것이 어찌된 일입니까? 

물고기의 마음에는 이전보다 더 큰 허탈감과 

허무감이 엄습해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세상에서 많은 명예와 권력과 부를 누리는 사람들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정상에 우뚝 선 그들의 얼굴에서 행복감을 찾아볼 수 있던가요?


대통령, 연예인, 재벌, … 그 사람들 중 대부분은 정상에 오른 후, 

그나마 평범한 시절의 순수했던 모습마저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 세상에 있는 것들을 다 소유한다해도 

바다를 그리는 물고기의 본성은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무엇을 추구하며 살든지 만일 그 얻어낸 것이 바다가 아니라면 

허탈감만이 당신을 맞이할 것입니다. 


세상과 씨름하며 살던 어느 날, 한 사람이 물고기를 찾아왔습니다. 

그는 물고기에게 

"나는 너의 조상인 황금물고기를 아는 사람이란다" 하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묻혀진 물고기의 비밀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물고기는 기쁨으로 외쳤습니다. 

"아, 내가 간절히 사모하던 것이 바로 내 본향, 

 바다를 그리워하는 마음이었구나!" 


"제가 어떻게 해야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죠?" 물고기는 물었습니다. 

그 사람은 대답했습니다. 

"네가 할 일은 아무 것도 없어. 단지 네 몸을 나에게 의탁하면 된단다." 


그는 그 물고기를 수족관에서 건져내었습니다. 

수족관 밖으로 나왔을 때 물고기가 제일 먼저 느꼈던 것이 무엇일까요? 

그렇죠, 바로 목마름입니다. 


명예, 권력, 재물에 대한 욕망을 버리는 것, 

또 남아 있는 물고기들로부터 받는 조롱 등은 

물고기로서는 참으로 견디기 힘든 시험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동안 애착을 가져왔던 모든 것을 버리고 

생애에 단 한 번도 보지도 못한 바다를 향해 믿음의 여행을 떠났습니다. 


겉보기에는 그가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이 보였으나 

사실 모든 것을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잡혀왔던 황금물고기처럼 

그에게는 단지 죽지 않을 만큼의 물만이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나중의 물고기는 처음의 물고기와는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에게는 바다에 돌아갈 소망이 생긴 것입니다. 

그렇기에 비록 현재의 길이 힘들고 험난할 지라도 

마치 태양 빛이 어두운 구름을 뚫고 빛나는 것처럼 

그의 얼굴에는 승리의 미소를 품을 수 있는 것입니다. 


곧이어 바다에 놓여지는 날, 

그 물고기는 고통의 사슬, 슬픔의 사슬, 사망의 사슬을 끊어 버리고, 

그 영혼의 고향, 사랑과 아름다움이 드리워져 있는 곳, 

영롱한 빛 머금은 맑은 물 속에서 영원한 삶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