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색함

다른것보다, 특히나 나를 씁쓸하게 만드는것은 사람.... 
아니, '인간'의 인색함이다. 

머리로는 안다. 
많이 거저 받은 사람일수록 많이 베풀수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누군가가 인색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그 사람이 많이 거저 받지 못했기에 그렇다는 것을. 
결국 불쌍한 모습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누군가가 인색한 모습을 보이면 
내 마음이 순식간에 저만치 달아나 버린다. 

굶주려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먹을것이 부족할 것 같은 상황, 
(혹은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의 망상으로 예상한 그 상황)이 닥칠 것 같으면 
그 실체없는 두려움 때문에 잔뜩 몸을 웅크린채 방어자세가 되어서는, 
자신이 먹을 것을 긁어모으고 쟁여놓는 데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시키게 된다. 
그리고 주위에 별 생각없이 있던 사람도 불안하게 만든다. 

음식이나 물질적으로 굶주릴 수도 있지만, 
교육의 기회, 주위사람들로부터의 인정(칭찬), 
사람들과의 따뜻한 교류, 등 다양한 것에 있어서 전부 해당된다. 

명문대 졸업이 성공의 사다리가 되는 사회에서는, 
교육의 기회에 굶주리게되면 자신보다 더 지원을 많이 받는 사람을 
(형제 자매일지라도) 미워하기도하고, 
자신의 박탈된 기회를 보상받고자 
자식들의 대입성공에 악착같이 달려들게 되기도 한다. 

이런사회에서 이 굶주림을 이용한 제일 성공적인 비지니스가 
각종 학원, 그리고 대학이다. 
집과 땅에 대한 굶주림은 몇천년 째 있어 왔으니
굳이 더 말할필요도 없다. 

나는 엄마로부터의 인정에 굶주린 10대를 보냈다. 
어린시절 결핍되었던 부모로부터의 지지와 인정은 
내가 무언가를 할때 나를 끊임없이 다그치도록 몰아간다. 
그렇게 해서 주위 로부터 칭찬을 얻어내고 싶어했다. 
칭찬에 굶주린 나였다. 
그때의 나를 돌아보면 타인을 칭찬하는 데에도 인색했다. 
좋은 작품 을 봐도 마음껏 진심으로 감탄하지를 못했고, 
오히려 질투를 하거나 내가 그만큼 할 수 있을까 불안해 했었다. 

굶주림 자체는 어쩔수없이 불가항력적으로 생겨난다. 
굶주림은 죄가 아니다. 
그것은 주어진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반응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 굶주림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인색한 태도가 또 다른 누군가를 굶주리게 할수 있음, 
곧 '전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색함은 죄가 된다. 

처음에는 정말 푼돈을 모아 동업을 시작했으나, 
사업이 어느정도 커진 후에 그 중 한명이 자신의 몫을 셈하기 시작하여 
인색한 태도가 나오면, 
그것이 나머지 한명에게 전염이 되어 결국 관계는 파탄으로 이른다. 
아무리 성격이 좋고 양심적인 사람이라도, 
가까운 사람의 인색함에 아무 동요도 없이 
성인처럼 다 받아주고 있기는 힘들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에 어느정도 굶주린다. 
그렇다면 굶주린 사람들의 천국은 가능할까? 
희망의 씨앗은 의외로 자신 안에 있다. 
그 굶주림을 달랠 힘은 각자에게 이미 진작에 주어졌었다. 

가난했던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 굶지 않을 수 있는 근면함을 갖게되고, 
교육의 기회가 없었던 사람은 늙어서도 
계속 배우고자 하는 열망과 겸손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내안에 스스로를 사랑하는 힘이 있었고, 
나를 의식적으로 칭찬을 해주면서 많이 회복이 되었다.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많이 유연해졌다. 

굶주림 때문에 인색해진 이웃... 
인색함에 나까지 전염될까 저만치 도망가있는 내 마음을 블로그 글로 달래며,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한다. 
나는 당신을 또 굶주리게 할 사람이 아니니 안심하시라고... 
당신이 인색함을 넘어 더 큰 사람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