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장 드롱은 20세기가 낳은 10대 첼리스트 중의 한 사람 이었다.
그는 1920년 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났다.
그때만 해도 TV나 오디오 카세트가 없었던 때라 오직 악보만을 들여다
보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장 드롱이 지난 1985년 내한했을 당시 ‘객석'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처음 공부할 때는 카세트도, TV도 없었고 오직 악기와 악보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게 오히려 잘된 것이었죠.
궁극에 이르면 예술은 결국 고독한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날마다 오전이면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연습했던 장 드롱은
한 인터뷰에서 피카소와 있었던 일을 들려주며 연주가에게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했다.
어느 날 피카소를 만난 장 드롱은 불쑥 그림을 한 장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
"제게 제일 중요한 것은 첼로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그려 주신 첼로그림을
하나 가지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했더니
"그럽시다. 내 근사한 첼로를 하나 그려 주지요." 라며 흔쾌히 허락했다.
그런데, 그 뒤로 장 드롱은 피카소를 몇 번 더 만났지만 피카소가 그림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이었다.
장 드롱은 피카소가 그냥 지나가는 말로 그렇게 대답했나 보다 생각하고
그 일을 잊기로 했고 자신도 그 사실을 잊어 버렸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어느 날 피카소를 만났는데 피카소가 장 드롱 에게 그림
한 장을 불쑥 내밀었다. 첼로가 그려진 그림이었다.
이미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던 장 드롱이 깜짝 놀라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피카소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당신에게서 첼로를 그려 달라는 말을 듣고 10년 동안 날마다 첼로 그리는
연습을 했지요. 이제야 내 마음에 드는 첼로를 그려서 보여 주는 거요."
장 드롱 같은 20세기의 천재 첼리스트에게도 천재 화가 피카소에게도 진정
필요했었던 것은 연습에 연습, 그리고 훈련에 훈련을 반복하는 학습이었다
그 결과가 그들을 세계제일의 대가로 만들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