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Diana Kapp
흰색 식탁을 둘러싸고 앉은 브랜스턴 가족은 매일 저녁 서로 손을 잡고 일종의 의식을 진행한다.
아리엘(8)은 자신의 할아버지 호러스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가 얼마나 재미있는 사람인지 말한다.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요”라고 아리엘은 덧붙였다. 저녁 식사에 초대된 아리엘의 친구는 “소시지가 있어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비영리 교육 단체에서 일하는 릴라와 변호사로 일하는 남편 피터는 미소를 짓는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이 부부는 이보다 더 나은 대사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큰 것과 작은 것에 대한 감사. 그것이 바로 이 의식을 행하는 이유다.
고마움을 표하는 일은 더 이상 명절에만 하는 업무가 아니다. 아이들이 느끼는 감사함을 연구하는 분야가 점점 주목받고 있다. 초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들이 감사의 마음을 하나하나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실질적으로 이득을 얻는다.
감사함은 마치 근육처럼 키울 수 있다. 자신의 행운을 알아차리는 시간을 가지면 감사하는 느낌이 커진다. 감사함을 덜 느끼고 있는 사람이 노력할 경우, 더 많은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필립 왓킨스 이스턴 워싱턴 대학교 심리학 교수는 “감사 치료는 가장 감사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에게 최대의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한다.
2014년 ‘학교 심리학 리뷰’에 실릴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생 어린이 122명은 일주일 동안 수업 시간에 기부나 감사의 개념을 배우고 난 후 감사함을 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행동으로도 나타났다. 이 수업에 참가한 어린이 중 44%가 학부모-교사 모임 프리젠테이션 후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감사 카드 작성을 선택했다. 대조군에서는 25%만이 감사카드를 썼다.
“미덕은 가르치지 말고 보여줘야 한다는 옛말이 여기에도 적용된다”고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UC데이비스)의 로버트 에몬스 심리학 교수는 말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감사하는 습관을 키워주기 위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에몬스 교수는 “부모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은 아닐테지만 부모가 가지지 않은 것을 자녀에게 줄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너무 뻔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많은 부모들이 이 점을 간과한다고 왓킨스 교수는 말한다. “우리 성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도 그렇게 감사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연구에 따르면 감사를 표하는 단순한 행동만으로도 실질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 2008년 아동 221명을 조사한 연구가 학교 심리학 저널에 게재됐다. 이 연구에서는 6~7학년 아이들에게 2주 동안 매일 감사한 일을 5가지씩 쓰는 과제를 냈다. 3주 뒤 이 아이들은 귀찮은 일 5가지를 적는 과제를 받은 아이들보다 학교 생활에 대해 더 낙관적이었고 삶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뉴욕시 외곽 고등학생 1,035명을 조사한 연구도 있다. 2010년 ‘행복 연구 저널’에 게재된 이 연구에 따르면,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타인의 고마움을 알고 있는 정도가 높은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성적이 더 높고 우울감과 시기심이 적었으며 미래에 대해 더 낙관적이었다.
게다가 물건 구입과 소유를 성공 및 행복과 강하게 연관시킨 학생들은 성적이 더 낮고 더 우울해 했으며 비관적이었다. 연구 공동저자인 제프리 프로 호프스트라 대학교 심리학 부교수는 “물질주의와 감사함은 마치 거울에 비춘 것처럼 정반대 효과를 낸다”고 설명한다.
인터넷 쇼핑이 물건 습득을 너무 쉽게 만들면서 상품의 가치를 인식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서 상업 부동산 금융회사 ‘워커앤던롭’을 이끌고 있는 윌리 워커는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새 신발이 필요하면 아내는 자포스에 접속해 색과 사이즈를 고른다. 그러면 바로 다음날 페덱스로 신발이 배송된다. 소원을 빌거나 우선순위를 매기는 건 옛말이다. 손에 닿지 않는 것을 갈망하지도 않는다. 그저 버튼을 클릭하면 문 앞에 신발이 도착한다”며 “그런 것이 나를 미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푸마 운동화를 갖고 싶어 몇 달 동안 가게 앞에서 눈독들이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현실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대응했다. 가능한한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이 선물로 받은 위(Wii) 게임기를 설치하지 않았다. “사방에 비디오 엔터테인먼트가 깔려 있으니 집에서는 좀 줄여도 되지 않나?”라고 그는 말한다.
그의 아들이 11번째 생일선물로 휴대폰을 갖고 싶다고 했을 때 워커는 고급 모델보다 저가 모델을 사줘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그의 결심은 편의성, 품질과 같은 요인 때문에 무너지고 말았다. “저가 모델이라고 해서 문자메시지나 인터넷 사용이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비싼 것보다 성능이 떨어질 뿐이었다. 결국 아이에게 아이폰 4S를 사주고 말았다”고 그는 말했다.
2013년 사회성격심리학 회보에 게재된 한 연구는 1976년부터 2007년까지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 35만5,000명의 물질주의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그 결과 1970년대 중반부터 부에 대한 욕망은 눈에 띄게 상승했으나 이를 얻기 위해 열심히 일할 의지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2007년에는 조사 대상 중 62%가 많은 돈과 좋은 물건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반면 1976년~1978년에 같은 답을 한 비율은 48%였다.
비디오게임 회사 일렉트로닉 아츠(EA)의 가브리엘 톨레다노 부사장은 “이 주제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녀와 남편은 9살 된 아멜리, 12살 된 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다. 톨레다노와 그녀의 남편 커트 간터트는 자녀들이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들을 잊지 않는 방법을 매일 찾아낸다.
톨레다노는 “우리는 매일 저녁 식사를 같이 하면서 식사 준비를 한 아빠에게 감사한다”며 “내가 열심히 일해서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 것도 이야기한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식사를 하라고 불렀을 때 오지 않으면 무례하다고 말한다. 누군가 식사를 준비하느라 노력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부부는 아이들이 충분히 나이를 먹으면 아르바이트를 시킬 생각이다. “백오피스나 주방에서 일해봐야 한다”고 톨레다노는 말한다. “그곳에는 흥미로우면서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만큼 혜택을 받지 못한 친구를 사귀면 더욱 감사함을 배울 수 있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어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심어주기 어려워한다. 전문가 개발 기업 ‘커리어코어’의 안드레아 라이스 사장은 “힘든 싸움”이라고 말한다. 그녀에게는12살, 9살 자녀들이 있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일을 하기 때문에 외국인 가사 도우미가 아이들을 돌본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셔틀을 타고 다닌다. 별로 힘든 일도 없다. 그게 아이들의 현실이기 때문에 아무리 ‘이걸 감사해라, 저걸 감사해라’라고 말해도 의미가 없다”고 그녀는 말한다.
매일 하는 행동이 큰 노력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호프스트라의 프로 박사는 “배우자에 게 감사하라. 아이들에게 감사하라”고 말한다. “부모들은 ‘방청소처럼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는데 왜 내가 고마워해야 하나?’라고 말한다. 이것을 강화하면 아이들도 그 생각을 내면화해서 스스로가 그렇게 행동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이스턴 워싱턴의 왓킨스 박사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시키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의 가족은 추수감사절에 감사를 표하지만 격식을 차리지는 않는다. 그는 “예를 들어 ‘이제 네 차례다. 진심이든 아니든 뭔가 말해봐’라고 하지 마라”고 조언한다.
UC데이비스의 에몬스 교수는 아이들이 감사하는 행동을 더 쉽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조건부적 상호주의에 대한 기대감이 가치관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아이들은 감사를 자연스럽게 여긴다. 때문에 아이들이 부모에게 감사에 대해 가르치는 경우 더 많다”고 그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