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입니다. 
첫주는 부부관계에 대해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어느 라디오 방송에 소개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허름한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가 말을 건네다.

 

"여보점심은 비빔밥 대강 해먹을라 그러는데괜찮지?

"또 양푼에 비벼먹자고?"

"그래 간단히 먹고 나서 베란다 청소 좀 같이 하자."

"나 점심 약속 있어안돼."

"그런 얘기 없었잖아"

"있어서깜빡하고 말 안했나보지오늘 중식이 만나기로 했어!"

 

해외출장 가 있는 친구와 아내에게 약간의 미안한 마음은 들었지만한가로운 일요일난 아내와 집에서 이렇게라도 탈출하고 싶었다내 딴엔근사하게 차려입고 나가려는데양푼이에 비빈 밥을 숟가락 가득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아내가 나를 본다무릎이 나온 바지에 한쪽 다리를 식탁위에 올려놓은 모양새가 영락없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아줌마 폼새다.

 

"언제 들어 올 거야?"

"나가봐야 알지."

"나 혼자 심심하잖아빨리 들어와."

"애들한테 전화해 보던가..."

"애들 뭐내가 전화하면 받아주기나 해엄마 나 바쁘니까 끊어이런 소리하기 바쁘지."

"그럼 친구들 만나든가 그래."

"내가 일요일날 만날 친구가 어딨어?"

 

그렇다아내에게는 일요일에 만날 친구 하나 없다아이들 키우고 내 뒷바라지 하느라그렇게 됐다는 것이 아내의 애묵은 레파토리다그 얘기가 나오기 전에 어서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한다시무룩해 있는 아내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을 끌어 모아 술을 마셨다 12시가 될 때까지 그렇게 노는 동안아내에게 몇 번의 전화가 왔다받지도 않고 버티다가 마지막에는 배터리를 아예 빼 버렸다그리고 새벽 1시쯤난 조심조심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내가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자나보다 생각하고 조용히 욕실로 향하는데 힘없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 갔다 이제 와?"

"친구들이랑 술 한잔.... 어디 아파?"

"낮에 비빔밥 먹은 게 얹혀 약 좀 사오라고 전화했는데..."

"... 배터리가 떨어졌어."

"여보손이라도 따줘."

"그러게 그렇게 먹어대더니만좀 천천히 못먹냐?"

"버릇이 돼서 그렇지 뭐..... 맨날 집안일 하다 보면그냥 대강 빨리 먹고 치우고이랬던 게...."

 

나는 아내의 어깨에서 손으로 피를 몰아서 손끝을 바늘로 땄다아내의 어깨가 어느 새 많이 말라 있었다다음 날회식이 있어 또 늦은 밤 집으로 들어갔다문을 열고 들어가는데아내가 또 소파에 웅크린 자세로 엎드려 있었다.

 

"여보그냥 들어가서 자..."

"나 배가 또 안 좋으네"

"어제 체한게 아직 안 내려갔어?"

"그런가 봐소화제 먹었는데도 계속 그래."

"손 이리 내 봐."

 

여러 번 혼자 땄는지 아내의 손끝은 상처투성이였다.

 

"이거 왜 이래당신이 손 땄어?"

"너무 답답해서..."

"이 사람아그럼 병원을 갔어야지왜 이렇게 미련하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여느 때 같으면아내는 '마누라한테 미련하냐는 말이 뭐냐'며 대들만도 한데아내는 그럴 힘도 없는 모양이었다그냥 엎드린 채가쁜 숨을 몰아쉬기만 했다난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아내를 업고 병원으로 뛰기 시작했다.

 

"여보병원오닌까 갑자기 괜찮아 진 것 있지그냥 가자!"

"가만 있어 봐검사받아야 하닌까."

"아니진짜 말짱해아까 잠깐 그렇게 아팠나봐!"

"병원 온 김에 검사 받고 가."

"뭐하러 그래응급실이 얼마나 비싼데.... 내일 병원 문 열면 와서 다시 검사 받을께."

 

아내는 응급실 진료비가 아깝다며 이제 말짱해졌다고 애써 웃어 보이며 검사받으라는 내 권유를 물리치고 병원을 나갔다.

 

"진짜 괜찮은거야?"

"응 나 학교 다닐 때도 시험 보기 전날이면 배 아프고 그랬어그런데 병원만 오면 배가 안 아픈거야그게 다 신경성이라 그런가 봐."

"그러게 사람 놀래키고 그래아프면 바로 바로 병원 가고 그래."

"어머당신 놀랬어어유.... 그래도 홀아비는 되기 싫었나 보네...."

"싫긴 뭐가 싫으냐홀아비되면 젊은 마누라도 새로 들이고 좋지 뭐."

 

참 오래전부터 내 곁에서 이렇게 함께 걸어왔던 아내그녀와 아주 오랜만에 함께 길을 걸었다다음날 병원에 다녀온 아내는 회사 앞에서 내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난데우리 점심 먹을까?"

"나 지금 바쁜데..."

"회사 앞까지 왔는데?"

"그래알았다병원은 갔다 왔어?"

"신경성 위염이래남편이 속썩이냐고 물어보더라의사선생님이."

"나만큼 잘하는 남편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뭐 먹고 싶어?"

"죽 먹자요즘 좋은 죽집 많다며그런 데 가서 우아하게 먹어보고 싶다."

 

그리고 나는 아내를 데리고 평소 사무실 회식때 잘 가던 횟집으로 갔다.

 

"여기 괜찮지?"

"횟집에서 죽도 파네?"

"우리 회식할 때 자주 오는 데야."

"그런데 너무 비싸다죽 한그릇에 만 오천원씩이나 해?"

"태어나서 이렇게 비싼 죽은 처음 먹어보네"

 

갑자기 열심히 죽을 먹는 아내가 안쓰러워 보였다만오천원짜리 죽 한 그릇이 아까워 그릇 밑바닥까지 싹싹 긁어먹는 아내가 안 쓰러웠다나는 한잔에 몇십만원짜리 술도 아무렇지 않게 먹는데 말이다아내는 태어나 이렇게 비싼 죽을 처음 먹어 본단다그동안 내가 뭘 하고 살았나 생각이 들었다

 

"여보할 말이 있는데."

"얘기해"

"추석때 있잖아친정부터 가면 안될까?"

"왜 또 그래어머니 성격 알면서~"

"20년 넘게 어머니 성격아니까명절 때마다 당신집부터 갔잖아."

"명절 때 시댁부터 가는 건당연한거야."

"당신 집은 오남매야우리 집은 오빠랑 나밖에 없잖아엄마가 얼마나 외로워하시는데."

"추석 끝나고 가면 되잖아."

"어머니도 당신도 웃겨당신 동생은 시댁 안가고 친정 오면 좋아하잖아그러면서 난 왜 안돼?"

"여보.... 왜 이래새삼스럽게."

"그럼 이렇게 해추석때 당신은 당신 집 가난 우리집 갈거야."

"어머니가 가만 계시겠어?"

"안계시면 어떡할건데나도 할만큼 했어맘대로 하라 그래."

"당신오늘 좀 이상하다."

"이십년 동안 그만큼 이기적으로 부려먹었으면 됐잖아내가 이정도 얘기하는 것도그렇게 이상해?"

 

큰소리 친대로아내는 추석이 되자 짐을 몽땅 싸서 친정으로 가 버렸다나 혼자 고향집으로 내려가자 어머니는 노발대발하시며세상천지에 며느리가 이러는 법은 없다고 난리를 치셨다지난 20년 동안 한번도 없었던 일이니 이번만큼은 노엽게 생각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지만오히려 마누라 편 든다며 내게도 잔소리를 늘어 놓으셨다여동생은 여동생대로 제 새언니 흉을 보면서 무슨 며느리가 그렇게 제멋대로냐고 했다.

 

자기는 임신을 핑계로 추석전부터 우리집에 와서 쉬고 있으면서제 새언니가 친정에 간 건 그렇게 못마땅한가보다아내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니 우리 가족이지만하는 말마다 행동마다  참 얄미울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결혼하고 처음 아내가 없는 명절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자아내가 태연히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여유롭게 클래식 음악까지 틀어놓고 말이다.

 

"당신 지금 뭐하는거야?"

"음악 들으면서 책 보잖아?"

"제정신이야어머니 얼마나 화나셨는지 알면서 명절 내내 전화 한통화 안해?"

"어머니 목소리 별로 듣고 싶지 않았어간만에 좋은 기분 망칠 필요 없잖아."

"??"

"가끔 뉴스에서 주부우울증으로 투신자살하는 여자들 얘기들으면 생각했었어남은 가족들은 어쩌라고 저랬을까..."

"지금 그 얘기가 왜 나와?"

"그런데나 이제 이해가 돼그 여자들은 남은 가족들이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죽음을 택했을거야."

"그게 말이 돼?"

"내가 지금 없어져도당신도 애들도 어머님도 사는데아무 지장 없을거야처음엔 조금 슬프겠지만금방 잊을거야!"

"여보정말 왜 그래당신 무슨 일있어?....."

"여보나 명절 때 친정에 가 있었던 거 아니야나 병원에 입원해서 정밀 검사 받았어당신이 한번 전화만 해봤어도 금방 알 수 있었을거야당신이 그렇게 해주길 바랬어그래서내가 어디로 갔을까 놀라서 나를 찾아주길 바랬어침대에 혼자 누워서 당신이 헐레벌떡 나타나 주면 뭐라고 하면서 안길까... 혼자 상상했었어그런데당신 끝내 안나타나더라끝내 나 혼자 두더라."

 

아내의 병은 가벼운 위염이 아니었던 것이다다음 날 나와 아내는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검사 결과에 대해 얘기를 듣기 위해서였다가는 내내 아내는 무거운 얼굴로 아무 말이 없었다.

 

"죽으러 가냐?"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요즘 위암아무것도 아니야요즘은 다 고쳐."

"그래누가 뭐래."

"악성도 다 고친다구우리 회사 차대리 알지그 친구도 위암3기였는데멀쩡하잖아요샌 아무 것도

아니야 그런 거진짜 아무 것도 아니라구!!!"

 

누구를 위로하기 위해 큰소리를 치는건지 알 수 없었다아내를 안심시키기 위한 건지나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한 건지... 큰소리 치면서도 운전대 잡은 손에 땀이 흥건하게 고였다그러면서도 난 끝까지 중얼거렸다

 

"그런 거 아무 것도 아니야아무 것도..."

 

난 의사의 입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저 사람이 지금 뭐라고 말하고 있는건가내 아내가 위암이라고전이될대로 전이가 돼서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다고... 수술도 하기 어려운 상태니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고.... 가고 싶은 데 있다고 하면 데려가 주고먹고 싶은 거 있다고 하면 먹게 해 주라고.... 삼개월 정도 시간이 있다고.... 그렇게 말하고 있는가.

 

자기가 뭔데자기가 하나님인가자기가 남은 시간을 어떻게 아나내 아내가 내곁에서 3개월을 살지, 3년을 살지, 30년을 살지 어떻게 알고.... 저렇게 함부로 말을 한단 말인가따지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멱살이라도 잡고 입 함부로 놀리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난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그저 의사의 입을 바라보고만 있었다아내와 함께 병원을 나왔다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맑았다.

 

"여보...."

 

아내의 음성이 조용히 귓가에 내려앉는다아내가 살포시 팔짱을 끼고내 어깨에 고개를 기댄다.

난 아내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다지금 그녀를 보면절망으로 가득찬 내 얼굴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그러긴 싫었다.

 

"여보...."

난 무뚝뚝하게 대답을 했다. "?"

"미안해"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내가 아까 말했지차대리도 처음에 병원 갔을 때 똑같이 말했대차대리도 3개월아니 2개월 산다 그랬대그런데 지금 봐멀쩡하게 회사 다니잖아그 친구가 나보다 힘도 더 세고

야근도 더 잘해의사 자식들이 하는 말저거... 다 뻥이야사람 겁주고... 겁줘서 돈 뜯어낼라고 하는 소리야믿지 마저런 말!!

 

나는 바보다끝까지 아내 앞에선 강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 큰소리 치고 있다하지만 난 지금 너무 무섭다아내가 잡고 있는 내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너무너무 겁나고 무섭다아내의 따뜻한 손이 내 손을 꼭더 꼭 잡아준다

 

집까지 오는 동안 우리는 서로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주위에서 누가 암에 걸렸다누구 부인이 죽었다이런 얘기 많이 듣는 나이가 됐지만그런 일이 내게 닥칠 거라고는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다엘리베이터에 탄 아내를 보며 앞으로 나 혼자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돌아가야 한다면 어떨까를 생각했다문을 열었을 때펑퍼짐한 바지를 입은 아내가 없다면방걸레질을 하는 아내가 없다면 양푼에 밥을 비벼먹는 아내가 없다면 술 좀 그만마시라고 잔소리해주는 아내가 없다면 나는 어떡해야 할까를 생각했다처음으로 우리집으로 장만한 이 아파트에는 아내의 손길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곳이다.

 

"여보우리 이사갈까?"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아내가 말했다.

"여기 우리 둘이 살기에는 너무 넓잖아."

"됐어난 여기가 좋아."

"아니야너무 낡았어이 집 팔고 조금 작은 평수새집으로 이사가면 좋잖아."

"됐다고 하잖아."

"이집이 당신 괴롭힐 거라고 생각하니까이 집... 정말 꼴도 보기 싫다."

 

아내는 함께 아이들을 보러 가자고 했다아이들에게는 아무 말 말아달라는 부탁과 함께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부모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하지만 아내는 살갑지도 않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부에 관해건강에 관해 백번에 넘게 해온 소리들을 해대고 있다아이들의 표정에 짜증이 가득한대도 아내는 그런 아이들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만 있다난 더 이상 그 얼굴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 또 담배...."

"... 잔소리.... 그러니까 애들이 싫어하지."

"여보집에 내려가기 전에 어디 코스모스 많이 펴 있는 데 들렀다 갈까?"

"코스모스?"

"그냥... 그러고 싶네꽃 많이 펴 있는 데 가서꽃도 보고당신이랑 걷기도 하고...."

 

아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런 걸 해보고 싶었나보다비싼 걸 먹고비싼 걸 입어보는 대신 그냥 아이들 얼굴을 보고 꽃이 피어 있는 길을 나와 함께 걷고.

 

"당신 바쁘면 그냥 가고..."

"아니야가자."

 

코스모스가 들판 가득 피어있는 곳으로 왔다아내에게 조금 두꺼운 스웨터를 입히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여보나 당신한테 할 말 있어."

"뭔데?"

"우리 적금 올말에 타는 거 말고또 있어"

"?"

"내년 4월에 탈 거야. 2천만원 짜린데 3년 부은거야통장싱크대 두 번째 서랍 안에 있어그리구... 나 생명보험도 들었거든재작년에 친구가 하도 들라고 해서 들었는데잘했지뭐그거 꼭 확인해 보고."

"당신 정말..."

"그리고 부탁 하나만 할게올해 적금 타면우리 엄마 한 이백만원만 드려엄마 이가 안좋으신데틀니 하셔야 되거든.당신도 알다시피오빠가 능력이 안되잖아부탁해."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아내가 당황스러워하는 걸 알면서도 소리내어... 엉엉..... 눈물을 흘리며 울고 말았다이런 아내를 떠나 보내고... 어떻게 살아갈까....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난 깜짝 놀랐다집안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침대와 소파 식탁 정도만 모든 것이 빠져나간 자리에 우둑커니 남아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내가.. 오빠한테 부탁해서 이사 좀 해달라 그랬어."

"?"

"오빠가 동네 가르쳐 줄거야여보나 떠나고 나면 거기 가서 살아."

"당신 정말 왜 이래!! 그럴거면 당신이랑 같이 가."

"아니야난 새집 안들어갈래거기선 당신이 새출발해야지."

"당신은내가 정말 당신 잊길 바래?"

" ......솔직히 말하면 아닌데... 그렇다고당신이 나 떠나고 나서 청승떨면서 사는 건 더 싫어."

 

텅 비어 있는 집의 한 구석에 우리 부부가 앉아 있었다베란다 사이로 스며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아내가 떠나고 난 내 삶은 지금 이 빈집처럼 스산할 거라는 걸 안다.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아내가 내 손을 잡는다요즘 들어 아내는 내 손을 잡는 걸 좋아한다.

 

"여보, 20년 전에 당신이 프로포즈 하면서 했던 말 생각나?"

"내가 뭐라 그랬는데?"

"사랑한다 어쩐다 그런 말닭살 맞아서 질색이라 그랬잖아."

"내가 그랬나?"

"그 전에도 그 후로도당신이 나보고 사랑한다 그런 적 한번도 없는데그거 알지?"

"그랬나..."

"어쩔 땐 그런 소리 듣고 싶기도 하더라."

"그냥 빨리 자....."

 

아내는 금방 잠이 들었다그런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도 깜박 잠이 들었다일어나니 커튼이 뜯어진 창문으로 아침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여보우리 오늘 장모님 뵈러 갈까?"

 

아내는 아무 말이 없었다.

 

"여보장모님 틀니... 연말까지 미룰 거 없이 오늘 가서 해드리자."

 

좋아하며 일어나야 할 아내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난 떨리는 손으로 아내를 흔들어 본다.

 

"여보.... 장모님이 나 가면 좋아하실텐데.... 여보 안 일어나면 안간다여보..... 여보......"

 

이제 아내는 웃지도기뻐하지도잔소리 하지도 않을 것이다난 아내 위로 무너지며 속삭였다.

 

사랑한다고....

어젯밤.... 이 얘기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