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교에는 여성 성직자가 없다. 또한 여성은 회당에서의 기도회를 인도할 수 없다. 지금은 대법원 판결로 나아지긴 했지만, 여성들은 유대인 최고의 성지인 통곡의 벽에서 기도나 통곡도 맘대로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를 차별로 보지 않는다. 여성들이 지켜야할 계명들이 남성들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레디(Haredi)라 불리는 극단적 정통 유대인들은 자발적 실업상태에서 유대교 경전인 ‘토라’ 만을 공부하는 유대인을 말한다. 극단적 정통 유대주의는 직계 친척이나 결혼한 사이가 아니면 남녀가 함께함으로 육체적 접촉을 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그로 인해 좁은 비행기 안에서 남녀 동석을 문제로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이 적지 않다.
최근 허핑턴포스트는 종교적 이유로 몇몇 극단적 정통 유대인(이하 하레디)들이 여성 옆자리를 앉기를 거부해 비행기 이륙이 지연된 일을 보도했다.
지난 주 벤 구리온(Ben Gurion)으로 출발하는 여객기에서 하레디들은 그 옆에 앉은 여성에게 자리를 옮길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남편 옆에 앉아 있던 여성은 그 요청을 거부했다.
“저는 계속해서 그 유대인 옆에 앉아 있었습니다. 제 분명한 의사를 들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좌석 간 통로에 계속해 서있었습니다.”
몇몇 하레디들은 11시간 동안 통로에 서서 기도하며 갔다고 한다. 그로 인해 화장실에 가고자 하는 사람들과 소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일은 이스라엘 여객기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한 여성은 자신과 같이 동석하지 않으려는 유대인으로 인해 20분 이상 늦게 비행기가 출발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한편 여객기 회사는 ‘승객들의 편의와 요청에 대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종교적 신념을 주장하는 하레디들과 불공정한 성차별이라는 여성들 사이에서 어떤 것이 최선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월요일 유대 공동체에 속한 몇몇 여성들은 엘 알(El Al) 항공사에 보낸 항의서한을 통해 “왜 항공사는 여성 승객들이 정당하게 돈을 지불하고 배정받은 좌석을 옮기라는 성차별을 자행하는가?”라며, “한 사람의 종교적 신념이 다른 사람의 권리를 짓밟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하레디들의 철저한 금욕적 여성관은 이전에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난 2012년 하레디들에게 절찬리에 판매된 안경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화제가 된 안경은 불건전한 옷차림의 여성을 보지 않도록 하는 ‘잘 보이는 안경’이 아닌 ‘잘 안 보이는 안경’이었다. 이 안경은 안전한 보행을 위해 시야 몇 미터만 보이는 안경으로, 극단적 정통 유대교가 이스라엘 내에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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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레디(Haredi)라 불리는 극단적 정통 유대인들 |
“이스라엘의 정통성은 하레디가 지킨다”
현재 이스라엘 내에 이러한 극단적 유대주의자는 인구의 약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출산율은 이스라엘의 평균 출산율의 3배 이상인 5%선을 유지하고 있어, 50년 후에는 약 30%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모세가 시내산에서 받은 다섯권의 두루마리 경전인 ‘토라’를 바탕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며, 세속주의로 빠진 정통파 유대교를 배척하고 있다. 남성들은 검은 모자에 흰 셔츠, 검정 바지 저고리 차림에 귀밑으로 돌돌말린 양갈래 머리 모양을 하고 있으며, 여성은 목과 팔다리, 머리를 가리는 복장을 한다.
텔레비전, 인터넷, 라디오, 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등 외부와의 교류가 거의 없으며, 중요한 소식은 동네 벽보를 통해 알리고 있다. 남성들은 율법 공부를 평생의 업으로 여기고 있으며, 토라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자발적 실업상태를 고수하고 있는 이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스라엘의 다수를 이루고 있는 세속 성향의 일반 국민들과 소수를 이루고 있는 이들 하레디로 인해 이스라엘 내부적으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은 자발적 실업상태에서 토라를 공부하여 폐쇄적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하레디들에게 막대한 정부보조금과 병역의무 면제를 주고 있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 사회와 경제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하레디 유대인들은 세속화되어 가고 있는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자신들이 지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정부는 이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어 내부적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재영 기자 / <뉴스 M> |